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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무슨 던전이라고 생각하세요?”

“음?”

 

느닷없이 걸려온 화제에 강창호의 고개가 느리게 돌아갔다. 여기? 네. 글쎄. 파충류를 닮은 눈동자가  주변을 훑어보다가 되돌아왔다.

 

“잘은 몰라도, 삭막한 분위기가 공포 영화를 떠올리게 하긴 하네.”

“영화요?”

“그래. 이런 분위기에서 곧잘 살인이 일어나곤 하거든.”

 

강창호가 그러면서 김기려의 얼굴을 조용히 응시했다.

 

“살인마스러운 사람도 있고.”

“저요?”

 

김기려가 무표정하다는 듯이 자신을 가리켰지만, 그의 속마음은 이랬다.

 

‘우리 기려 얼굴이 어때서!’

 

그는 황당함을 감출 길이 없었다. 무섭게 생긴 건 눈앞의 이 백구십이 넘는 장정도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뭐, 당연히 그러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청자색 머리카락의 헌터가 대강 말을 흘렸다.

 

“던전 내에서라면, 꽤 댁을 신뢰하고 있거든. 우리 기려 헌터님이 게이트에 관해서는 워낙 해박하시잖아.”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몰라도. 웃음 짓는 강창호의 양 뺨으로 보조개가 얕게 파였다. 세로로 찢긴 동공이 금발 머리 헌터의 얼굴을 탐색한 뒤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대화는 그만 하고 조사나 속행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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