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으로 쭉 가보죠.”
대강 놓인 벽들이 시야를 가리는 가운데, 왼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끝도 없이 넓은 공간이 이어졌다.
“정말 미로 같네.”
강창호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감상을 입에 담았다. 좌우, 앞뒤, 눈에 닿는 모든 공간이 다 똑같이 생겨서 제대로 된 곳이 있기는 할는지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길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으므로 김기려와 강창호는 좌수법을 고수하는 사람처럼 계속해서 왼쪽으로 걸었다.
그리고 그렇게 걷는 도중.
“화살표가 있습니다.”
김기려가 가리킨 곳에 그 말대로 화살표가 있었다. 누렇게 바랜 벽지 위에 오른쪽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멀리서도 눈에 띄도록 검은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다.
“이쪽으로 가라는 걸까요?”
“아마 그렇겠지.”
“함정일 가능성이 있을까요?”
“흠. 초반부터 그럴 확률은 낮을 듯한데.”
강창호의 대답에 김기려 또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의 생각 또한 청자색 머리카락의 헌터와 같았다. 아무런 것도 없이 이런 곳에 던져놓고 처음부터 그들을 엿먹이지는 않을 터였다.
‘뭐, 우주 벌레들은 원래 멍청하지만, 그래도 그 정도로 지능이 낮지는 않겠지.’
먹이 상자에 사람을 들여놓고 아무런 감정도 뽑아내지 않은 채 단박에 죽일 리는 없을 테니까. 강창호가 먼저 화살표의 방향을 따라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전히 모두 비슷한 벽들이 이어졌으나, 이곳에 무언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본 결과.
“사다리네.”
벽에 기대어진 철체 사다리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사다리 끝에는 네모난 구멍 하나가 뚫려 있어, 그곳을 넘으면 벽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듯했다.
“내가 먼저 올라가지.”
강창호가 지체 없이 사다리 가까이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