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기가 있네?”
강창호가 서랍 안으로 손을 집어 넣어 안에 놓인 무전기를 꺼냈다. 갯수는 총 네 개였는데, 대한민국에 있는 S급 헌터의 수와 맞춘 건지 아니면 고정된 수인지 알 수 없었다.
“무전기?”
김기려가 남은 세 개 중 하나를 꺼내 들어 이리저리 살폈다. 꼭 처음 보는 듯한 움직임이라 의아해 하던 강창호는 다음 순간 벌렸던 입술을 도로 닫았다. 나이 어린 이 금발 머리 엽사가 군대로부터 부름을 받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 무전기를 실제로 보았을 턱이 있나. 간혹 백화점이나 음식점 내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는 하나, 반응을 보아하니 사용해 본 적은 없는 듯하고.
“통신기야. 휴대전화랑은 좀 다르지만.”
“오.”
김기려가 손에 든 무전기를 만지작거리다가 삼백안을 들었다.
“던전 내에서요?”
새까만 눈동자가 살집 잡힌 눈두덩 아래로 사라졌다가 다시 보였다. 슴벅거리는 그를 보던 강창호가 눈동자를 내려 제 손에 들린 무전기를 시야에 담았다.
“떨어져서 해야 할 일이 있나 보네.”
던전 내에서 무전이 통한다는 것 자체가 생소했지만, 혼자 돌아다닐 때를 생각하면 편리한 물건이기는 했다.
“사용법 알려줄게.”
“아. 네.”
강창호가 무전기 사용 방법을 간단하게 일러주었다. 혹시 몰라 거리를 조금 떨어뜨려 시험해 보니, 놀랍고도 다행스럽게도 무전기는 잘 작동이 되었다.
“신기하네요.”
“잘 가지고 다녀. 혹여나 잃어버리지 말고.”
“제가 어린애인 줄 아세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듯한 김기려에게 강창호는 그냥 웃어 보일 따름이었다.
“더 찾아볼 게 없으면 돌아가지.”
이곳에서 협탁 외에는 다른 볼거리는 없었다. 구석구석 빠짐 없이 확인한 그들은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