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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 위로 올라가 네모나게 뚫린 구멍 안쪽으로 들어오니, 들어온 곳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벽으로 막힌 널찍한 공간이 나타났다. 중앙은 아무것도 없이 뻥 뚫려 광활했고 한쪽 벽면에 이토록 넓은 공간에 비하면 옹졸하다고밖에 여겨지지 않는 작은 협탁 하나가 놓여있었다.

 

“공간 낭비가 심하네요.”

 

주변을 쭉 둘러본 김기려가 한마디했다. 여백의 미라기에는 과도해서, 이 정도면 만들다 만 게 아닐까 싶은 수준이었다. 생명체라고 보이는 건 하나도 없는 광활함뿐이라 김기려와 강창호는 곧장 협탁으로 향했다.

 

“종이가 있네요. 뭐라고 적혀 있어요?”

 

강창호가 협탁 위에 오른 종이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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