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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오른쪽으로 걸었다. 아까와 같은, 빛바랜 벽지로 도배된 낡은 벽이 시야를 가리면서 끝없이 이어졌다. 한없이 넓고 길었다. 자칫 잘못하면 이곳에서 영원히 헤맬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그냥 벽밖에 없네요.”
김기려가 벽 사이사이에 고개를 내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 곳은 막혀 있었고, 어느 곳은 쭉 뚫려서 따라 걷다가도 앞이 가로막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똑같은 풍경뿐이라 뭘 찾아야 하는지, 무언가가 있기는 한 건지 도통 알 수도 없었다.
“이쪽에 아무것도 없으면 이렇게 넓게 만들어 두었을 리가 없는데 말이에요.”
김기려가 뚜벅뚜벅 걸으면서 중얼거렸다. 그 말에는 강창호도 동의했다. 던전에 입장한 사람이 이곳을 영원히 헤매이길 바라는 게 아니라면야…….
“어.”
그런데 앞서 걸으며 이곳저곳을 꼼꼼히 확인하던 김기려가 별안간 소리를 내며 걸음을 멈추었다.
“저 구석에 뭐가 있습니다.”
김기려가 벽으로 막힌 구석의 바닥에서 무언가를 들어 올렸다. 그건 손전등이었다. 이걸 이런 구석에 숨겨두다니. 김기려가 버튼을 누르자 달칵, 손전등이 앞을 환히 비추었다. 이 물건이 나왔다는 건 그들이 가는 곳에 어두운 곳이 있다는 뜻일 터였다. 일반인이나 다름이 없는 몸으로는 어둠 속을 꿰뚫어 볼 수 없으니.
“그런데, 그 밑에 그건 뭐지? 종이?”
그리고 앞이 밝아짐에 따라 손전등 밑에 깔린 종이가 강창호의 시야에 들어왔다. 김기려가 종이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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