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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려. 혹시 기술을 쓸 수 있나?”

“예?”

“댁이 자랑하는 물을 불러낼 수 있느냐고.”

 

강창호가 김기려를 돌아보며 제 주먹을 쥐었다가 펼쳤다.

 

“나한테는 아무것도 안 느껴져.”

 

마력이 막혔다. 강창호는 자신이 현재 힘을 쓸 수 없으며, 그 강도 또한 거의 일반인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그러네요. 무언가가 막고 있습니다.”

 

김기려가 허공 어딘가를 좇듯이 시선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이 공간 자체가 던전에 입장한 생명체가 마나를 발산할 수 없도록 틀어막고 있었다. 마나를 빼앗는 마나번과는 다른 개념이었는데, 지정된 행위 외에는 다른 행동이 불가하도록 금제해둔 규칙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댁도 기술을 쓸 수 없다는 거지?”

“예. 그렇죠.”

 

강창호가 벽 위로 주먹 쥔 제 손을 몇 번 쿵쿵 때리다가 뒤를 돌았다. 평범하게 손이 아팠고, 아무리 보아도 지금의 악력으로는 벽을 부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시나리오 던전과 비슷한가?’

 

김기려가 오래되어 색이 바랜 벽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여기서 대체 뭘 하라는 거야?‘

 

시나리오 던전이라면 그에 걸맞은 인물이 있거나 해야 할 텐데 말이다.

 

“일단 주변을 둘러보는 것 먼저 하지.”

“양옆으로 크게 돌아볼까요?”

“그래.”

 

강창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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